[투자 인사이트] 본전 오면 왜 손이 먼저 나갈까
2026. 10. 12.
- 폭락장 끝에 하루짜리 초대형 반등이 왔는데, 개인은 그날 오히려 가장 많이 팔았음. 불과 이틀 전엔 코스피·코스닥에서 사상 처음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걸려 거래가 중간에 멈췄던 장. 그런데 7월 31일 코스피가 +17.91% 튀자, 한국거래소(KRX) 기준 개인은 8.25조원을 순매도하고 외국인은 7.22조원을 순매수. 둘 다 역대 최대. 공포장에서 반등장으로 하루 만에 화면이 바뀌자 돈의 방향도 완전히 갈렸음¹
- 근데 이 장면만 보고 '개미가 겁먹고 탈출했다'고 단정하면 안 됨. 수급표엔 매도 이유가 안 찍히기 때문. 처분효과라는 개념이 있는데, 그냥 많이 팔았다는 뜻이 아니라 내 매입가를 기준으로 이익 난 자산은 빨리 팔고 손실 난 자산은 오래 들고 가는 경향을 뜻함. 같은 8조원대 매도 안에도 이익실현·손절·리밸런싱이 다 섞일 수 있음. 그래서 처분효과를 보려면 시장 전체 매도액이 아니라 각 계좌의 매입단가와 실제 매도를 같이 봐야 함²
- 실제 계좌를 열어보면 이 비대칭은 꽤 선명함. 재무학자 테런스 오딘이 미국 할인증권사 1만개 계좌의 1987~1993년 거래를 분석했더니, 팔 기회가 있었던 이익 포지션은 14.8%가 실제 매도됐지만 손실 포지션은 9.8%만 팔렸음. 이익 난 주식을 약
1.5배 더 자주 판 셈. 절세·리밸런싱 등의 이유, 종목별 거래비용이 다르다는 점 등의 요인을 따로 걸러봤는데도 차이가 남았음. 애초에 '얼마에 샀나'가 매도 행동을 흔든다는 증거가 남은 것³ - 그래서 반등일에 판 게 맞았냐 틀렸냐는 또 다른 얘기. 바로 다음 거래일 코스피가 -5.12% 다시 밀렸으니 7월 31일에 판 사람은 단기로는 잘 판 셈일 수도 있음. But 오딘 표본에선 팔아버린 이익 종목이, 계속 들고 있던 손실 종목 대비 이후 1년간 시장보다 더 올랐음 (평균 3.4%p). 물론 1987~1993년 미국 계좌를 2026년 한국에 그대로 대입할 순 없음. 다만 '이번 매도가 맞았나'와 '나는 어떤 종목부터 파는 사람인가'는 서로 다른 질문³
- 마지막엔 매도 이유를 가격이 아니라 규칙으로 바꿔보면 됨. ① '본전 왔으니'만으로 팔지 말고 처음 세운 투자근거가 깨졌는지 확인 ② 목표비중을 넘으면 미리 정한 주기·기준대로 리밸런싱 ③ 매입가는 손익·세금 계산엔 보되 매도 판단의 출발점으로 두지 않기 ④ 매도 후 이유를 한 줄 기록해 이익은 빨리 확정하고 손실은 미루는 패턴이 반복되는지 점검. 시장을 맞히는 규칙보다 내 행동을 흔들리지 않게 하는 규칙을 만드는 쪽⁴
² Shefrin & Statman, The Disposition to Sell Winners Too Early and Ride Losers Too Long (1985)
³ Terrance Odean, Are Investors Reluctant to Realize Their Losses? (1998)
⁴ SEC Investor.gov, Asset Allocation and Diversification / Rebalancing
연관상품 둘러보기
26. 10. 15. 09:39 기준

